굳이 진공청소기를 돌리지 않더라도, 살고있는 방이 작다보니 구석구석 완벽하게 닦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걸레로 바닥을 닦는데 5분도 안 걸린다. 그런데도 청소하는 게 무진장 싫었다. 청소보다는 SNS를 돌거나 웹툰을 보는 일이 내 정신을 위해 더 요긴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.
어느 날 아침 출근 전에 바닥에 굴러다니던 걸레에 물을 적셔서 바닥을 닦고 나갔다. 첫날은 방 전체를 닦은 것도 아니고, 침대~책상~욕실을 다니려면 내가 밟아야 하는 부분 정도였다. 비좁아 터진 방인데도 말이다. 걸레를 빨지도 않았다. 그냥 세면대에 물을 받고 세제를 좀 풀어서 담가두었을 뿐이다. 대야 하나 없는 집이다.
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걸레가 세면대를 차지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걸레를 빨았을 뿐이다. 대충 짜서 방바닥에 던져두었다.
그리고 그 다음날부터는 이상하게도 닦고 담가놓고 빨고 던져놓고 하는 사이클이 늘 그랬다는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. 평소에는 참 하기 싫던 일이거나, 별 관심도 없던 일인데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. 이번 일도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.
무심하게 매일 반복하다보니 어느 날, 이게 의외로 기분좋은 일이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. 눈여겨 보지는 않았지만 사실 마음 한 구석이 언짢았을 먼지나 티끌들도 없어지고, 아직은 매일 다른 영역을 탐색하는 재미도 남아있다. 지금 생각해보면 SNS나 웹툰을 보며 쉬는 척하는 것보다 잠깐 방 닦는 일이 내 정신 건강을 위해 더 요긴한 것 같다.
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, 그 중 대다수는 끊임없이 반복되어야만 하는 일들이다. 그런 기본적인 일들을 잘 해내고 나서야 더 고차원적인 가치를 지니는 일들을 제대로 해 나아갈 수 있다. 그리고, 그러한 일들은 "평소에 잘 해야"만 하는 일들이다.
바로 앞 문단은 내가 직접 생각해 낸 말은 아니고, 언제 어디선가 듣거나 읽은 적이 있어서 내 뇌리에 들어있던 말이다. 나이가 들면 들수록, 사회에 깊숙히 포함되면 될수록 평소에 잘 해야만 하는 일의 무게는 점점 늘어만 간다. 잠시 균형을 잃으면 그동안 잘 돌고 있던 사이클이 멈춘 채로 방치되는 일도 있다. 아직 온전히 한 사람 분의 무게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지도 않다. 이미 그런 일들이 습관으로 자리잡힌 성실한 사람들은 참 복받은 사람들이다.
어쨌거나 그저 아직은, 매일 5분의 청소가 주는 보람을 즐기면서 곱씹어보고 싶다. 이런 일들이 내 삶을 유지하는 데 무척이나 종요로운 일이라는 걸 잊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. 시작이 반이지 않냐며 웃고 싶다.
아아, 머리 카락도 좀 덜 빠졌으면 좋겠다.